양재성 시인.

양손을 묶인 채 제사장의 손에 끌려

죽음의 계단을 오르는 포로의 열린 동공

시간마저 휘어진 16:9에지 화면의

갈비뼈를 갈라 끄집어낸 심장이

건져진 물고기처럼 헐떡거리고 있는

잘린 머리통을 죽창에 꿰어 든 

광기 어린 군중의 환호성과 타는 횃불

채널을 돌리면 꽃가루를 뒤집어쓴 채

꿀벌통을 노리느 검은 말벌의 칼춤

시곗바늘이 힘겹게 뉴스의 늪을 건너면

무기력의 정점에서 무너지는 삼경

두려움으로 밀려드는 새로운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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