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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와 청와대

 

한용 선임기자

까마귀와 청와대

석가세존께서 제자들에게 이르시길 누구든지 탁발을 할 때 '먼저 요구를 해서는 아니 된다'하셨다. 그리고 그 음식은 '신성한 것'이므로, 그릇에 담긴 것은 어떤 것도 '버리거나 남기지 말라'고 가르치셨다. 때문에 모든 제자들은 하루 한 번 탁발을 나가 사람들이 무엇을 주든지 감사히 받았고, 이를 남김없이 모두 다 먹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한 제자가 탁발그릇을 들고 와서 고민거리를 털어놨다. "스승님, 저는 궁지에 빠졌습니다. 제가 탁발을 끝내고 돌아오는데, 까마귀 한마리가 물고 가던 고기를 제 발위에 떨어뜨렸습니다. 이 고기를 먹어야 하나요. 버려야 하나요."

이 제자는 하루에 한 번 사람들이 주는 것을 먹되 남기지 말 것이며, 그러나 고기는 먹지 말아야 한다는 세존의 가르침을 충실히 지켜 왔다. 하지만 까마귀로 해서 여의치 않았던 문제가 생기면서 고민에 빠졌던 것이다.

세존 역시 고민되기는 매 한가지였다. '그것을 버려도 된다'고 말하면 싫어하는 음식을 버릴 수 있게 하는 전례를 남기게 되는 것이다. 반면, '그것을 먹어도 된다'고 한다면 제자들에게 육식을 허용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한 참을 생각하던 세존께서는 드디어 생각을 정했다. "이런 종류의 고민은 매일 있는 것이 아니다. 내 평생에 처음 있는 일. 그러니 먹으라는 것이 더 나으리라" 그래서 세존께서는 그 고기조각을 '먹어도 된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석가세존의 이 같은 결정은 많은 사람들에게 빠져 나갈 수 있는 길이 돼 버렸다. 이 후 불교가 아시아 각국으로 파급되면서 사람들은 고기를 먹기 시작했다. 한 마리의 까마귀 실수가 고기 맛을 아는 사람들에게 '핑계'를 만들어 준 것이다. 고기를 먹기 시작한 그들은 결국 세존을 따른 것이 아니라 까마귀를 따른 꼴이 돼 버렸다.

인간의 존엄성과 곧 생명의 존귀함을 알고, 살아 움직이는 동물들을 죽이지 못하게 말렸던 세존이 가르침을 비껴갈 수 있게 한 것은 한 마리의 까마귀였던 것이다. 그 까마귀는 인간들로 하여금 먹기 위해서가 아닌 즐기는 살생꺼리까지 제공케 한 핑계가 되어버렸다.

최근 장관 등 인선을 위한 청문회정국이 볼썽사납다.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이 행정부의 고위 공직자를 임명할 때 국회의 검증절차를 거치게 함으로써 행정부를 견제하는 제도적 장치다. 고위 공직에 지명된 사람이 자신이 맡을 공직을 수행해 나가는 데 적합한 업무능력과 인성적 자질을 갖추었는지를 국회에서 인사청문회를 통해 검증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인사청문회가 정치공방의 산물로 변질되고 있으니 개탄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실제 역대 인사청문회에서 수많은 공직후보자들이 울고 웃었다. 누구는 무난히 청문회 문턱을 넘었지만, 또 다른 누구는 불명예 속에서 만신창이가 돼 버렸다.

까마귀가 탁발승의 발 위에 떨어트린 고기를 '먹을 것인가' '버릴 것인가'를 놓고 석가세존의 고민 끝에 결정한 혜안을 여야 정객들은 눈여겨 봐야할 교훈임을 직시해야 한다. 특히 세존께서 결정한 최종 판단이 '핑계'로 전락한 교훈도 새겨서 돌이켜 볼 일이다.

청와대는 "세종대왕이나 이순신 장군도 청문회를 통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볼멘소리로 야당의 공세에 엄살을 떨고 있다. 여론을 향해 구원투수를 갈망하는 모습이어서 안쓰러울 정도다. 청와대의 이 같은 대응 수준은 결코 국민의 호응을 얻어내지 못한다.

까마귀가 떨어트린 고기를 '먹을 것인가' '버릴 것인가' 석가세존의 결정. 그 안에 답이 있는 것이 아닐까. '핑계거리' 또한 남겨 두어선 아니 된다는 얘기다.

한용 기자  webmaster@knnew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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