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창호 시인

(의령=경남뉴스투데이) 아침에 해가 뜨기 위해서는 지난 날 저녁 해가 지고 나서 긴 밤을 지새워야 한다. 한 아이가 태어나기 위해서는 산모의 뱃속에서 10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이처럼 겨울을 앞둔 가을날에 뭔가 아름다운 결실을 거두기 위해서는 봄과 여름이 그러하듯이 긴 기다림이 필요하다.

“자연을 아름답게 노래하는 의령문인협회”에서 활동하는 양창호 시인이 올해 환갑년을 맞아 첫 시집을 내놓았다. 이 한 권의 시집을 내기까지 60년이 걸린 셈이다.

양창호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그리움이 있어 아쉬움이 있어 가까이 있는 이름을 불러본다. 아무리 불러도 눈보다 더 시린 이름을 불러본다. 기억하고 싶다. 잊지 않으련다. 한 그루 나무를 심는다.”라며 자신의 작품에 대한 기억의 의미를 밝혔다.

“…/1막이 끝난 무대 뒤 휴식이다/애써 그리려고 해도 그릴 수 없는 얼굴을 그린다/보이는 것은 점점 어두워지고 아프다고 야단이다/생맥주 거품에 취하고 애인이 생각나는/제한된 공간에 들어가고 싶은 시간이다/무리지어 다니는 카톡, 밴드를 곁에 두고/그 울림에 취하여 건반을 두드린다/나른함이 먹물을 뒤집어 쓰고 기어간다/피곤함을 온몸으로 느끼며/손목시계의 울림으로 들어간다/오후의 거리는 목이 마르고/다가올 주말을 위해 햇볕을 그리고 있다”. 양창호 시인의 시집 '오후 3시, 수요일'의 표제시다. 이 시를 비롯해 총 5부로 나누어 모두 80편을 싣고 있다. 시집은 도서출판 경남(대표 오하룡)에서 나왔다. 경남의 시인선 205번째다.

시집의 제목부터가 특이하다. 요즘처럼 주 5일제를 시행하는 직장인에게는 수요일이 가장 힘들다. 그래서 양창호 시인의 시 <오후 3시, 수요일>은 힘들고 지치기 쉬운 현대인의 삶을 암시하고 있다. 더불어 올해 환갑을 맞은 시인의 인생의 시계를 보여주고 있다.

양창호 시인의 시가 의미하는 것은 어떤 것일까? 문학박사인 김복근 시조인은 해설에서 “시인은 속도의 시공간을 비교적 여유롭게 살아간다. 존재에 대한 의문이 전혀없는 것은 아니지만, 섬진강의 담담한 흐름을 보면서 자랐고, 남강물의 유유한 흐름을 함께하면서 살아가는 그는 멈추면 보이는 것, 혹은 쉬어가는 연습을 하면서 대인이 지닌 풍모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한편 의령문인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양창호 시인은 2011년 월간 '시사문단' 6월호에 시부문 신인상을 수상하여 문단에 데뷔했다. 현재 의령문인협회를 비롯해 한국문인협회와 경남문인협회 회원으로 창작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남영현 기자  webmaster@knnew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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