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양재성

모래시계

바그다드 뒷골목을 벗어난 유리성

지옥 같은 열기에 얼음처럼 녹는 벽시계

자제심을 잃고 발작하던 태양이

모래언덕 너머로 신기루처럼 사라지면

오아시스에 닿은 카라반들은

한 움큼의 소금을 낙타에게 먹이고

개떡처럼 마른 낙타 똥에 불을 댕겨

쟁반 같은 빵을 걸쳐놓고 긴 휘파람 기도로

회오리 모래바람을 잠재우는 시간

홑이불 같은 시선들을 덮고

원시의 알몸으로 마주한 사람들

생의 가장 엄숙한 표정으로

제각각의 신을 향해 기도하는 한증실

잘게 부서진 시간들이

신의 가호처럼 쏟아져 내리면

감격한 모공들은 홍수처럼 눈물을 쏟고

꽂히는 모래기둥에 끌려

점점 신의 영역으로 솟는 사막의 피라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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