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양재성

CT를 찍다

내가 해체되었다

박리된 조각들은 각각의 바코드를 달고

냉동과 해동을 반복하다

진열대 위로 줄줄이 내걸려진다

치매로 깜박거리던 시간의 진폭만큼

켜켜이 잘린나의 빈 두개골

박동 없는 혈류의 퇴적으로

화석이 된 갈비뼈 울타리 속 역시

바람 든 무처럼 비어 있다

차야 할 곳은 텅 비고 비어야 할 곳엔 허투루 들어 찬 애증의 꽈리들

한 몸 무상 임대로 착각한

그냥은 없다는 인과를 망각한

망나니 앞에 목을 뺀 도형수의

뇌수를 가른 검붉은 핏빛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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