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성 시인

수술실에서

비닐봉지를 그득 채운

이 붉은 피의 주인공은

아마도 마라톤 선수쯤 되었을 게다

반환점을 돌아

운동장을 메운 관중들의 환호에

겨운 감격으로 펑펑 울던 사내의

쿵쾅거리며 뛰던가슴에서 왔을 게다

미안하다

얼마나 답답할까

달리던 새벽 강변 탄환 같은 허벅지

귓가에 속삭이던 낮은 목소리

오죽이나 그리울까

채워도 자꾸만 새는

식어린 너를 다시 덥힐

한때나마 무모했던 열정마저도

죄다 흘러 쪼그라든 나의 심장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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