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양재성

자각증상

그토록 모자라던 새벽잠이

남아도는 요즘 파운데이션의 애절한

매달림을 외면한채 핏기 잃은 제 볼에

살금만 자꾸 긋는 거울

초점 없는 휑한 눈을 마주보기 두려워

거울 앞에 선 지 한참이나 된

제대로 된 열정이나 치열함도 없이

서글픔만 가득 쌓여 있음을 알게 된

제대 말년에 신발 거꾸로 신고 떠난

가시내의 매몰찬 목소리마저

잔잔한 그리움으로오는 요즘

세상일이 다 부질없더라는 그 말귀를

겨우나마 알듯 모를 듯한 이 모두가

통증 없이 키워져 온암덩어리 같은

청춘착란증에 빠진 때 늦은 자각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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