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칼럼
[칼럼] 명절단상

양재성 시인

명절은 가족 친지들이 모여 장만한 음식으로 차례를 지내고 정을 나누는 즐거운 날이다. 어린 시절에는 설렘에 손가락 꼽으며 기다리던 마냥 행복한 날이었다. 하지만 요즘의 명절은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명절이 누구에게나 행복하고 즐겁기만 한 것이 아닌 연유다.

이른바 ‘명절증후군’을 겪는 여자들의 이야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명절이 지나고 나면 가정법원에 이혼신청 건수가 급증한다는 오래전의 통계가 아직도 비슷하게 유지된다고 한다. 시댁과 처가, 부모, 형제자매간의 불화에서 비롯된 감정다툼이 급기야 이혼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부모부양, 음식준비, 용돈문제, 차별대우 등 불화의 원인은 다양하다. 근래에는 종교나 기타 이유로 차례를 지내지 않는 집도 많아졌다. 간소한 상차리기, 여행지에서 차례지내기, 차례음식배달업의 등장 등 새로운 풍속도가 생기는가 하면 심지어 명절무용론이 나오기도 한다.

오랫동안 미취업으로 지내는 젊은 세대들은 명절에 근황을 물어오는 인사마저 부담스럽다. 경제난 탓에 취업을 못하는 것이 마치 자기들의 잘못인양 죄스럽기까지 하다. 일자리는 사라지고 취업문이 막혀버린 그들에게 달리 격려나 위로의 말을 건넬 수가 없다. 오히려 여느 집 자식들처럼 이렇다 할 스펙 하나 만들어주지 못하는 무능한 부모인 듯하여 “빨리 경제사정이 좋아져야 할 텐데…” 라는 자조적인 넋두리가 전부다.

명절증후군은 비단 여자들만의 문제도 아니다. 형제자매들 간에도 재산을 두고 심심찮게 분쟁이 발생한다. 물려받은 재산이 많으면 많은 대로 적으면 적은대로 다툼의 소지는 있다. 부모부양 문제와 맞물리면 더욱 그렇고 재산 앞에서는 각자 셈법이 서로 다르다. 더구나 상속법이 몇 번 바뀌면서 상속비율이 균등해진 이후로 분쟁이 더 잦다. 며느리는 물론 사위들조차 처가의 재산에 눈을 돌리다보면 동기들 간의 화목은 남의 일이 된다. 참으로 씁쓸한 세태다.

추석 민심의 동향은 정치인들에게 예민한 관심사다. 오랜만에 사람들이 모이다보면 으레 민감한 사회적 이슈가 밥상머리에 오르게 마련이다. 거기서 진솔한 밑바닥 민심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도 다툼은 존재한다. 정세를 보는 입장에 따라 견해차로 언성이 높아지기도 하고, 부모와 자식 간에도 이견으로 서먹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한다.

혼돈 같은 정국 속에서 추석이 지났다. 정치권이야 그렇다 치고 가라앉은 경제의 여파가 심각하다. 원룸과 상가의 공실은 부지기수로 늘고 자영업자의 시름은 깊다.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걷는 느낌이다. 먹고 사는 것 말고 더 뭣이 중한 디… 이래저래 답답한 명절이다.

경남뉴스투데이  webmaster@knnewstoday.co.kr

<저작권자 © 경남뉴스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글

카카오스토리

경남뉴스투데이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