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양재성

셋방을 놓고

보안등 불빛 엉킨 낡은 창가

비를 타고 그림자 서성이며 우는 밤

살며시 문을 열고 그를 불러들인다

처자 부대끼는 단칸 전셋집

한켠을 내 맘대로 덜컥 세를 놓고

뒤척이며 홀로 밤새 심란하여도

일 나갔던 그이

나지막이 코 골며 무심히 잘도 잔다

종일 지친 다리

내 위로 걸쳐 올려도

바위처럼 굳어져 하얗게 지새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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