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양재성의 시가있는 풍경
폐지 줍는 노인
양재성 시인

폐지 줍는 노인

 

버려진 공간에서 하루를 얻는

끌고 가는 폐지 속에는

매운 라면도 새우깡도 고등어 캔도 있다

오늘의 노고는 훗날의 어느 시점

추억으로 꺼내 질 때 아름다울 뿐

소임을 끝낸 폐지들은 재소환을 거부하고

팽팽한 신경전이 펼쳐지면

등에 숨은 꼽추가 거들고 나선다

길어진 지팡이만큼 작아진 노인의

굽은 궤적을 따라 생채기 난 대지가

열기와 그늘을 번갈아 뒤를 따르고

 

날이 밝기를 기다리는 것은 사치다

새벽의 시래기로 멀건 오늘을 끓이고

내일을 듬성듬성 걸쳐 말리는

오랜 장마로 노인의 발가락이 불었을 때

폐지 속의 라면도 불어 터졌고

물 만난 새우도 사방으로 튀었다

해갈이 된 고등어도 달아나버린

한 계절을 빗속에 고스란히 떠내려 보낸

 

폐지를 끌고 가는 노인의 지팡이가

논두렁 콩심듯 한 땀 한 땀

아스팔트에 푹푹 꽂힐 것 같은 오후

경남뉴스투데이  webmaster@knnewstoday.co.kr

<저작권자 © 경남뉴스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글

카카오스토리

경남뉴스투데이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