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성 시인

온 천지 사방에 반딧불이 깜박인다

큰 놈, 작은 놈, 빨간 놈, 파란 놈

온갖 재주를 부리는 놈들

시도 때도 철도 없이 울어 댄다

우는소리도 제각각 최신 유행가를

척척 따라 부르는 놈도 있다

부지런히 반디벌레를 잡는 사람들의

닳는 손가락 끝 지문이 아리다

밤이면 더듬이를 곧추세워 짝을 찾는다

발정 난 암컷이 암내를 피워대면

수컷들이 침을 뚝뚝 흘리며 떼거리로 몰려들어

엎치락뒤치락 파티를 벌인다

짝을 돌려가며 사랑을 나눈다

흥분으로 꽁무니가 벌름거리고

귀를 물어뜯는 놈, 눈물을 홍수처럼 흘리는 놈

패대기쳐진 개구리마냥 부들부들 떤다

지하철 아가씨 귀에도 들러붙었고

뚱뚱한 아낙네 목에서도 대롱거리고

시골 경로당의 쌈지에도 꽈리 튼 지 오래

전자파 문명에 무르익는 지구의 풍경

개똥벌레 따라 사라져 간 형설의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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