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성시인
양재성시인

쟁기질과 써레질의 아픔을 견뎌 낸

고르게 아문 평온이 있는 논이라서야 

여름비에 안개 핀 산 그림자며

손 베일 듯한 초승달 가라앉혀

풍경으로 그려지는 무논의 됨을

지금의 나는 상처와 굴욕으로 얼룩진

여백 하나 없는 빛바랜 종이쪽

누구도 붓을 들지 않으리라

다만 잘삭아서 부드럽다며

몇 번 더 짓구겨 측간으로 달려가거나

나는 알고 있다

나를 쟁기질해 물을 채우고

밑그림에 싹을 틔울 그 누구를

기다림이 얼마나 아득한 꿈인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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