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성 시인
양재성 시인

이제 더는 나를 낭비하기 싫다며

피 묻은 손에 쥔 꽃병 파편을

앞에 내던지고 사라질 듯

먼발치에서 서성이는 이별의 예감

 

언약을 아로새긴 화분 속에는

오랜 산만함에 흐느적거리며

꼬인 벌레 엉겨 붙은 안개꽃 다발

물감도 채 덜 마른 슬픈 수채화

끊임없이 밀려드는 백사장의

초각난 스티로폼 폐기물 조각처럼

쌓이는 판도라의 슬픔

저작권자 © 경남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