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성 시인
양재성 시인

 

날을 갈고 세우며 세상을 그린다

지우개의 달콤한 유혹도 외면한 채

한평생 품어온 심지 꺾지 못할 통나무

네 결코 칼날을 두려워 말라

살점이 쓱싹 베어지는 아픔 없이는

칼날보다 더 날카로운 예지를 벼릴 수 없으니

네 뼈를 깎지 않고서야

어찌 외진 곳의 신음 소리가 들린다더냐

두려우면 볼펜이나 만년필이 되라

그리하여 저항할 수 없는 중력에 순응하며

부르는 대로 받아쓰고

채운 먹물을 호사스레 뿌릴 일이거니

더는 굽힐 수 없는 까닭에

욕조에 머리통이 잠기거나 혹은

밀실 철봉에 거꾸로 달려

허리 꺾여 혼절해도 굴하지 않을

여섯 번씩 모난 너의 이름  HB

 

 

 

저작권자 © 경남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