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성 시인
양재성 시인

삼십 년 전 그는

예리한 비상을 꿈꾸던 한 대의 애기살

여섯 자 근사치의 우뚝 선 수직의 중심

태산 같은 침묵을 깨뜨린 거문고 같은

그의 시위가 눈동자를 꿰는 그 순간까지도

공중을 가르는 우아한 그의 비행이

바람과 중력의 유혹에도 흔들림 없이

오로지 곧게만 나는 줄 알았던

그러나 뱀장어 혹은 만취한 귀갓길처럼

뒤틀린 유영의 연속이라는

현미경처럼 해체된 진실 앞에서

아뿔싸, 뒷걸음 물러나려 했을 땐

연모로 겹가슴 중심을 관통당한

스무 살 갓 넘긴 얼룩진 과녁

 

아프고도 팽팽한 시간이 휘어지고

풀린 활시위 힘줄 그리운 날

새벽 방광처럼 터질 듯한 반탄을 접고

꿰맨 두려움에 울어 목젖 타버린

벽난로 옆 사슴뿔에 걸린 헤락은 각궁角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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