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성 (전, 거제문인협회장)
양재성 (전, 거제문인협회장)

사람들에게는 하고 싶은 일과 하기 싫은 일이 있다. 또한, 하고 싶더라도 할 수 없는 일이 있는가 하면, 하기 싫더라도 해야만 하는 일도 있다. 이는 자유와 권리 및 의무로 이해될 수 있다. 이러한 것들을 체계화시킨 규범이 곧 도덕과 법이다. 그런데 강제력을 가진 법에 비하여 그렇지 못한 도덕이 주로 문제가 된다.

얼마 전 매스컴을 통하여 알려진 일이다. 식당에서 어린 아이들이 산만하게 뛰어다니다 종업원과 부딪혔고 나르던 뜨거운 찌개가 손님에게 쏟아졌다. 화가 난 손님은 아이들의 부모에게 항의를 하였다. 그런데 그 부모가 ‘애들이 놀다보면 실수로 그럴 수도 있지, 뭘 그러느냐, 세탁비를 주면 될 일 아니냐’고 대꾸하는 바람에 격한 언쟁으로 번졌다. 급기야 화가 폭발한 손님은 곁에 있던 찌개그릇을 들어 아이에게 쏟아 버렸다. 그러면서 ‘찌개를 옮기려다 미끄러워 실수로 쏟았는데 그럴 수도 있지, 세탁비 주면 될 일 아니냐…’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탈리오 법칙으로 보복을 한 것이다.

손님의 과격한 행동은 비난을 받아 마땅하지만 그 심정은 이해가 간다. 문제는 부모들의 태도이다. 공중도덕을 무시하고 자기 가족만 아는 배타적인 사고가 일을 키운 셈이다. 식당이나 공공장소 등에 가면 마치 놀이터인양 산만하게 뛰어다니는 버릇없는 아이들을 종종 보게 된다. 다른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리는데도 그 부모들은 제지는 커녕 사랑스런 얼굴로 지켜보고만 있다. 가급적 이해를 하려고 참아보지만 화가 치밀어 오른다. 그런데 이상한 일은 누구도 나서려하지 않는 것이다. 괜히 아이들의 부모와 다툼으로 번지는 것이 싫기 때문이다.

이렇게 막무가내로 자란 아이들이 초등학교를 거쳐 중학생쯤 되면 아예 통제 불능이 된다. 선생님들도 학생인권이니 하는 이상한 규정 때문에 잘못을 보면서도 나무라거나 훈계하지 못한다. 오히려 말 한마디라도 잘못하면 도리어 트집을 잡힌다. 학생들로부터 신고나 고소를 당하고, 학부모까지 들고 일어나 극성을 부리는 세상이다. 그러니 누가 스승 노릇을 제대로 하려 들까. 그저 오늘 하루도 별 일없기를 바라며 살얼음판을 걷기 밖에 달리 방도가 있으랴. 학교 교육의 현장이 이러한 실정이니 참으로 염려스럽다.

우리 어른들에게 솔직히 묻고 싶다. 만일 한적한 곳에서 남녀 학생들이 대여섯 명이 모여서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시는 모습을 보았을 때, 그들을 불러 세워 호통을 치고 훈계를 할 것인지, 아니면 모른 척하고 지나칠 것인지를…. 아마도 대답들이 신통찮을 듯싶다. 왜냐하면 괜히 훈계를 하려 들다가 도리어 봉변을 당하기 십상이니까. 요즘 학생들이 이렇게 변한 데는 교육정책도 문제거니와 먼저 부모들의 책임이 가장 크다.

부모들은 제 자식이 그러는데도 남의 아이들 일이라고 치부한다. 특히, 요즘 부쩍 회자되는 학생들 사이의 폭력사건들도 마찬가지다. 막상 사건이 터졌음에도 가해 학생의 부모는 우리 아이는 절대 그럴 리가 없다고 항변한다. 집에서 스쳐보는 자녀들의 짧은 단면만 아는 까닭이다.

예절과 버릇 등은 밥상머리 교육에서 출발한다. 자유와 권리를 가르치기 이전에, 하고 싶더라도 결코 해서는 안 되는 일, 싫어도 반드시 해야 하는 일부터 가르쳐야 한다. 요즘 젊은 학부모 세대의 사고방식도 문제가 많다. 하지만, 대부분 맞벌이 부부다보니 시간적으로 밥상머리 교육을 할 여유가 없다. 결국 자녀 교육을 학교에 맡겨야 하는데 학부모부터 선생님을 너무 가벼이 여긴다. 그러니 선생님의 말이 학생들에게 제대로 먹힐 리가 없다. 이렇게 자란 학생들이 제대로 된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을까. 장차 사회와 가정에서 제 역할을 다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는 것은 욕심일지도 모른다.

이제부터라도 학부모부터 선생님을 스승으로 공경하고 예우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선생님이 소명과 자긍심을 갖게 해야 한다. 때로는 교육을 위한 상징적인 회초리가 필요하다.

회초리는 어른이나 선생님에 대한 위엄과 존경의 상징이다. 그런 의미에서 선생님께 ‘사랑의 회초리’ 전달 캠페인이라도 벌여야 될 일이다. 회초리를 써서라도 우리의 소중한 미래를 제대로 가르쳐달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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