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삶과 관련하여 함축적인 비유를 들거나 상황, 심경 등을 표현 할 때 고사성어를 인용하곤 한다. 고사성어는 대부분 중국에서 오랫동안 회자되어 관용어처럼 쓰이는데 주로 네 글자로 된 것이 많아 사자성어(四字成語), 또는 한자성어(漢字成語라)고도 한다.
그 중 우공이산(愚公移山)이라는 고사가 있는데 직역하면 ‘우공(愚公)이 산을 옮기다’라는 뜻이다. 옛날 중국의 태행산과 왕옥산 두 산은 오래전에는 북산을 사이에 두고 지금과는 다른 곳에 있었다.
북산에 살고 있던 우공 이라는 노인이 높은 산에 가로막혀 왕래하는 데 겪는 불편을 해소하고자 두 산을 옮기기로 결심하였다.
둘레가 700리에 달하는 큰 산의 흙을 퍼 담아서 왕복에만 일 년이나 걸리는 발해만 까지 운반하는 작업을 하는 우공을 보고 그의 친구가 어리석은 일이라며 그만둘 것을 권유하자 우공은, "나는 늙었지만 나에게는 자식과 손자가 있고, 그들이 자자손손 대를 이어나갈 것이다.
하지만 산은 불어나지 않을 것이니, 대를 이어 일을 해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산이 깎여 평평하게 될 날이 올 것이다" 고 말하였고, 이 말을 전해들은 옥황상제가 두 산을 멀리 옮겨주어 우공의 뜻은 성취되었고, 두 산은 지금의 자리에 앉게 되었다는 내용이다.
이는 어떠한 어려움도 굳센 의지로 밀고 나가면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비유하는 반면, 어떤 일을 자기만이 할 수 있다는 독선과 오만에 대한 경계의 의미도 함께 지닌다.
큰 유적이나 사회제도, 역사적 사실들은 결코 누구 혼자서 이룬 것이 아니라 오랜 시일과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합쳐져서 비로소 이룩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중국의 만리장성도 진시황이 혼자서 쌓은 것이 아니라 여러 왕조에 걸친 축조와 보수를 거쳐 현재의 모습으로 남겨진 것이다.
반면, 진시황의 독선과 무리한 욕심으로 벌인 만리장성 축조공사는 국가재정의 피폐와 백성들로부터 민심이반을 초래하였고, 결국 반란으로 이어져 진나라가 멸망하게 되는 원인을 제공하였는데 이는 독선과 오만에 대하여 다시금 생각게 한다.
근자에도 무슨 일을 혼자서 단번에 해치우려는 바람에 곳곳에서 충돌과 잡음이 많다. 서로 막말에 밀어붙이기는 물론, 같은 패끼리 이전투구 하는 모습은 더욱 볼썽사납다. 특히 요즘 중앙정치권의 모습은 먹이를 두고 혈투를 벌이는 하이에나 무리와 유사하게 보인다. 국민의 따가운 시선과 냉정한 비판은 안중에도 없는 듯하여 한편 무시당하는 느낌마저 든다.
그 누구든 자신에게 주어진 역사적인 소명에 대하여 최선을 다하고 깨끗이 물러나는 것이 얼마나 아름답고 멋진 일인가. 숱한 유혹과 욕심을 떨쳐내고 소기의 성과를 거둔다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장차 정치권뿐만 아니라 각계에서, 원(元)나라의 갖은 회유와 협박에도 투항하지 않고 송나라 왕조의 회복을 위하여 최선을 다한 충신 문천상(文天祥)이 최후에 남긴 말로‘나의 할 일은 끝났다’라는 뜻의 고사, <오사필의(吾事畢矣)>를 인용할 수 있을 덕망 있는 지도자의 출현이 기다려진다.
